일기/마음 일기

인간은 악으로 깡으로 어디까지 버텨야하는가

백엔드 개발자 - 젤리곰 2025. 6. 19.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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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에서 살고 집에는 방문한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자주하고 있다. 항상 비지땡큐를 외치며 바쁨에 감사하려 애썼지만 이젠 감사하다는 말도 버겁다. 바빠도 너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며칠 전, 회사에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30시간동안 한숨도 못잔 적이 있었다.
그 날엔 신기하게도 극한으로 피곤함이 느껴진지 얼마 지나지않아 마치 8시간은 자고 일어난 듯이 정신이 맑아졌다. 오히려 몸이 생존의 위협을 느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서 개운함이 무섭게 느껴졌다.

아직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아서 나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 모두가 숨가쁘게 일하고 있고 마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얼마 전, 서로 푸념을 나누는 중에 ‘포기하고 싶다. 도망치고싶다.’ 는 말을 듣고 버티란 말 밖에 해줄 수 없어서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등산을 했던 경험을 떠올려본다.
내 발끝을 보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올라가다보면 아파트들이 장난감처럼 작게 보이는 순간이 온다.
하산하고 싶은 마음과 정상을 찍고 싶은 마음이 엎치락 뒤치락 싸우다보면 어느새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에 도착하고 나무에 가려져있던 경치를 한 눈에 담으며 산바람에 땀을 말린다. 힘들지만 벅차게 행복하다.

산을 오르는 중에는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산이든 정상은 있다.
끝이 보이지않아도 끝은 있다.
그런데 살다보면 끝이 보이지않아서 불안하고 두려울때가 있다.
그럴땐 지금 이 순간 움직이고 있는 나 자신에 집중해보려한다. 버티는 순간 자체는 고통이지만, 고통이 지나고 나면 이겨낸 경험이 자신감의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 난 요즘 이렇게 믿으며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그렇지만 누구든 한계점이 있다. 버티라는 말이, 힘내라는 말이 누구에게는 독약과도 같다.
힘들어 죽겠다는데 살려달라는데 힘내보자는 말이 때로는 무책임하고도 잔인하게 들린다.

인간은 악으로 깡으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얼마나 버텨내야할까.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버티다 도저히 안될 것 같을 땐 안괜찮다고 말하고 쉬어가자. 나의 노고와 고통을 진심으로 알아줄 사람이 없다고 느껴져도, 그럴 수 있다. 누구든 자기의 고통이 제일 아픈 법이니까.

약한 모습은 결국 나의 약점이 되어 돌아오는 냉혹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내 자신에게 만큼은 따뜻하게 대해주며 스스로를 지켜내보는게 어떨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지쳤고 사실 안괜찮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마인드로 살아왔는데 요즘엔 넘어지면 넘어진채로 드러누워버리는 것도 꽤 쿨하지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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